진료이야기

하루 세 번 닦는데도 충치가 생긴다면 먹는 횟수부터 세어보세요.

“저 하루에 세 번, 3분씩 꼬박꼬박 닦거든요. 근데 왜 올 때마다 충치가 있대요?” 억울한 얼굴로 이렇게 물으시는 분이 진료실에 꽤 많아요. 대충 닦아서 생긴 게 아니라는 건 입안을 보면 저도 알아요. 치아 면이 정말 깨끗하거든요.

답부터 말씀드릴게요. 충치는 얼마나 잘 닦느냐만으로 정해지지 않아요. 하루에 몇 번 먹고 마시는지, 먹은 뒤 언제 닦는지가 같이 작용해요. 양치가 꼼꼼한데도 충치가 되풀이된다면 칫솔보다 하루 식사와 간식 시간표를 먼저 들여다볼 차례예요.

충치는 닦는 횟수보다 먹는 횟수를 따라가요.

입안에 사는 충치균은 당분이 들어올 때마다 산을 만들어요. 이 산이 법랑질(치아 겉을 감싸는 단단한 껍질)에서 무기질을 조금씩 빼내고요. 다행히 먹는 일이 끝나면 침이 산을 중화해서 입안은 차츰 원래 상태로 돌아와요. 빠져나간 무기질도 일부는 다시 채워지는데 이 과정을 재광화*라고 불러요.

*재광화는 산에 녹아 약해진 치아 겉면에 칼슘·인 같은 무기질이 다시 들어가 단단해지는 과정이에요. 불소가 이 과정을 돕기 때문에 충치 예방 관리에 쓰여요.

관건은 회복할 틈이에요. 한 번에 많이 먹는 것보다 조금씩 여러 번 먹는 쪽이 치아에는 더 불리해요. 먹을 때마다 입안이 산성으로 기울고 돌아오던 시계는 처음으로 되감기니까요.

“설탕이 치아와 접촉하는 시간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설탕 섭취량은 설탕 섭취 빈도에 비해 덜 중요합니다.”

MSD 매뉴얼 일반인용, 충치(치아 우식) (2024년 11월 검토)

같은 자료는 설탕이 든 음료를 한 시간 동안 나눠 마시는 편이 초콜릿 바를 5분 동안 먹는 것보다 손상이 크다고도 설명해요. 제가 “단 걸 얼마나 드세요?”보다 “몇 번에 나눠 드세요?”를 먼저 여쭙는 이유예요.

하루 중 치아가 쉬지 못하는 네 번의 시간

충치가 자주 생기는 분들과 하루를 같이 되짚어 보면 비슷한 장면이 나와요.

출근 준비를 하며 칫솔질하는 여성의 모습

첫 장면은 오전 책상이에요. 시럽 넣은 커피나 단 음료 한 잔을 점심때까지 한 모금씩 드시죠. 양은 한 잔인데 치아 입장에서는 오전 내내 산에 잠겨 있는 셈이에요. 회복할 시간이 아예 없어요.

오후 서너 시쯤엔 서랍 속 젤리나 사탕이 나와요. 끈적하게 달라붙는 간식은 치아 표면에 오래 남아서 충치균이 먹이를 얻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요.

식사를 마치고 한참 뒤에 따로 챙기는 디저트도 있어요. 밥 먹고 나서 겨우 회복되던 입안이 다시 산성으로 돌아가고 중화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요.

제일 아쉬운 건 밤이에요. 야식을 드시고 양치 없이 잠들면 자는 동안 침이 줄어서 산을 중화할 길이 거의 없어요. 하루 가운데 충치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시간이 바로 이때예요.

네 가지를 한꺼번에 끊으실 필요는 없어요. 해당하는 장면 하나만 골라서 횟수를 줄여보세요. 음료는 시간을 정해 마시고 간식은 몰아서 한 번에 드시는 식으로요.

닦는 타이밍도 따져볼 만해요.

열심히 닦는 분일수록 놓치는 게 순서예요. 탄산음료나 과일주스처럼 신맛이 강한 음료를 마신 직후엔 치아 겉면이 잠깐 약해져 있어요. 그 상태에서 곧바로 칫솔질을 하면 겉면이 오히려 더 상하기도 해요.

이럴 땐 먼저 물로 입안을 넉넉히 헹구고 20~30분쯤 지난 뒤에 닦으시면 돼요. 회사에서 콜라를 마시고 바로 양치하러 가시던 분이라면 물 한 컵으로 순서만 바꾸는 거죠.

자기 전 양치만큼은 타협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루 세 번을 다 채우지 못한 날에도 밤 양치를 지킨 분과 거른 분은 검진 때 차이가 보이는 편이에요. 물론 치아 상태와 식습관에 따라 개인차는 있어요.

칫솔이 닿지 않는 자리는 따로 있어요.

세 번을 꼼꼼히 닦아도 칫솔모가 못 들어가는 곳이 두 군데 남아요. 어금니 씹는 면의 홈과 치아와 치아가 맞닿은 사이예요.

치아 모형의 어금니 홈에 생긴 충치를 치경과 탐침으로 확인하는 모습

어금니 씹는 면에는 좁고 깊은 골이 패어 있어요. 칫솔모 굵기보다 좁은 곳이 많아서 한 번 낀 음식 찌꺼기가 잘 빠지지 않아요. 치아 사이는 더 까다로워요. 배열이 촘촘한 분은 칫솔만으로는 그 면을 닦기가 사실상 어렵고 치실이나 치간칫솔이 따로 들어가야 해요.

이런 자리에서 시작한 충치는 본인 눈에도 잘 안 보여요. 법랑질엔 아픔을 느끼는 구조가 거의 없다 보니 초기엔 아프지도 않고요. 겉에는 작은 점 하나였는데 사진을 찍어보니 안쪽이 넓게 비어 있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종종 만나요. 이미 초기 충치가 있다는 말을 들으셨다면 초기 충치를 지켜볼 때 붙는 조건도 함께 읽어보세요.

가족끼리 옮겨 가는 충치균

충치균은 침을 타고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기도 해요. 숟가락을 같이 쓰거나 뜨거운 음식을 입으로 불어 식혀주는 정도로도요. 아이 치아를 챙기는 댁이라면 보호자의 입안 상태도 같이 봐야 하는 까닭이에요.

아이 쪽에서 자주 보는 원인은 자기 전 우유나 단 음료, 잦은 젤리, 혼자 하는 양치예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보호자가 마무리 양치를 해주시는 게 좋고 칫솔은 2~3개월마다 바꿔주세요. 충치가 없는 아이에게 불소를 왜 권하는지는 아이 불소도포 글에 따로 적어 두었어요.

집에서 못 잡는 부분은 검진으로 메워요.

습관을 고쳐도 혼자서는 확인이 안 되는 자리가 남아요. 스케일링만 받으러 오셨다가 검사 중에 어금니 사이 충치를 발견하는 일이 드물지 않거든요.

치경과 탐침으로 환자의 치아 상태를 살피는 구강검진 장면

검진은 보통 6개월에 한 번을 권해요. 충치가 자꾸 생기거나 잇몸이 약한 분은 간격을 더 좁히기도 하고요. 주기는 입안 상태에 따라 달라서 진단 후에 맞춰 안내해 드려요. 작을 때 찾으면 치료 범위가 작고 비용 부담도 덜해요.

불소도포는 아이들만 받는 관리가 아니에요. 불소는 치아 겉면이 산을 견디는 힘을 높이는 데 도움이 돼서 충치가 되풀이되거나 이가 시린 성인께도 권해 드려요. 예전에 치료한 치아도 안심하긴 일러요. 같은 자리에 다시 생기는 경우가 있어서인데 그 이야기는 때운 이가 다시 썩는 이유에 정리해 두었어요.

오늘부터 해볼 세 가지

· 단 음료와 간식은 횟수 줄이기 (양보다 횟수)
· 신 음료 뒤엔 물로 헹구고 20~30분 뒤 양치, 자기 전 양치는 꼭
· 6개월에 한 번 검진으로 치아 사이 확인

자주 묻는 질문

Q. 양치를 하루 세 번 하는데 왜 충치가 생기나요?
닦는 횟수보다 먹는 횟수가 많으면 생겨요. 당분이 들어올 때마다 입안이 산성으로 바뀌는데 자주 먹으면 치아가 회복할 시간이 모자라거든요. 칫솔이 닿지 않는 치아 사이와 어금니 홈도 원인이 돼요. 정도는 개인차가 있고요.

Q. 탄산음료를 마신 뒤 바로 양치하면 안 되나요?
바로 닦지 않는 편이 좋아요. 신 음료를 마신 직후엔 치아 겉면이 일시적으로 약해져 있어요. 물로 헹군 다음 20~30분 뒤에 닦으시길 권해요.

Q. 불소도포는 아이들만 하는 거 아닌가요?
성인도 받으실 수 있어요. 충치가 자주 생기거나 이가 시린 분께 도움이 돼요. 필요한지는 입안 상태를 본 뒤 말씀드려요.

Q. 충치가 없다는데도 검진을 받아야 하나요?
네, 권해 드려요. 초기 충치는 스스로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검진에서 처음 발견되는 일이 많아요. 일찍 찾을수록 치료 범위가 작아지는 편이에요.

Q. 한 번 치료한 이는 다시 안 썩나요?
다시 생기기도 해요. 같은 자리에 재발하는 경우도, 다른 치아에 새로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치료 뒤의 관리와 주기적인 확인이 그래서 필요하고 경과는 개인차가 있어요.

양치가 억울해지지 않게 하루 시간표부터 같이 봐요.

열심히 닦는 분께 “더 잘 닦으세요”라고만 하면 답이 안 돼요. 왜 생겼는지를 찾아야 다음 충치를 막는 쪽으로 갈 수 있어요. 진료실에서 제가 먹는 횟수와 닦는 순서를 먼저 여쭙는 것도 그래서예요.

에센스치과는 부천 신중동역 인근에 있고 약대동이나 중동에서도 오시기 어렵지 않아요. 통합치의학과를 이수한 의료진 세 명이 진료해요. 치료 계획만 전하지 않고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까지 같이 살펴요. 평일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우시면 화요일 야간 진료를 이용하셔도 돼요.

* 본 글은 일반적인 의료 정보이며, 실제 진단·치료는 개인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