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이야기

잇몸이 내려앉았다면 되돌리기보다 멈추는 쪽을 먼저 봐요.

잇몸이 내려앉았다는 말을 듣고 오신 분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질문은 대개 비슷해요. “그럼 다시 올라오나요?”

저는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편이에요. 내려간 잇몸이 저절로 예전 높이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대신 더 내려가지 않게 붙잡는 건 많은 경우 가능하고요. 방향이 이렇게 갈리다 보니 치료 계획도 되돌리기가 아니라 멈추기를 기준으로 세우게 되죠.

오늘은 잇몸이 내려앉는다는 게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원인은 무엇이고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 순서대로 짚어볼게요.

잇몸이 내려앉았다는 건 어디까지를 말할까요?

치과에서는 이걸 치은퇴축(잇몸 경계가 내려가 치아 뿌리가 드러난 상태)이라고 불러요. 이름만 보면 잇몸 표면만의 문제 같지만 실제로는 그 아래에서 함께 벌어지는 변화가 더 중요해요. 치아를 붙잡아주는 잇몸뼈를 치조골이라고 하는데요, 염증이 잇몸 틈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 뿌리를 감싸던 이 뼈와 인대가 조금씩 무너져요. 받치던 바닥이 낮아지니 그 위에 얹혀 있던 잇몸도 따라 주저앉는 셈이죠.

환자분들이 먼저 알아차리는 신호도 잇몸 자체가 아니라 치아 쪽인 경우가 많아요. 치아가 예전보다 길어 보인다거나, 어금니 사이가 성글어져 뭘 먹든 그 자리에 낀다거나, 찬물이 한 군데만 유난히 찌릿하다거나요. 뿌리 쪽 면은 겉껍질이 얇아 원래 자극에 약한 자리라, 드러나는 순간부터 온도에 예민해져요.

거울로 봤을 때 잇몸 색이나 모양에 큰 변화가 없어도 이런 변화는 먼저 나타날 수 있어요. 눈에 보이는 잇몸 높이보다 그 아래 뼈가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가 실제 상태를 가르는 셈이죠.

원인이 잇몸병 하나만은 아니에요.

내려앉은 잇몸을 보면 대부분 관리를 못 한 탓으로 돌리시는데 진료실에서 원인을 따라가 보면 한 가지로 끝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어요.

치아 모형의 아랫니 잇몸선에 칫솔모를 45도로 대어 보여주는 올바른 칫솔질 시연

가장 흔한 건 역시 치주염이에요. 잇몸과 치아가 만나는 틈에 치태와 치석(굳어버린 세균막)이 자리를 잡으면 그 둘레부터 염증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안쪽 지지 조직까지 번져요. 까다로운 건 이 단계가 아프지 않게 지나간다는 점이에요.

둘째는 칫솔질이에요. 힘을 잔뜩 줘서 문지르거나 뻣뻣한 칫솔모를 몇 년씩 고집하면 잇몸과 치아가 맞닿는 선이 야금야금 깎여요. 누구보다 열심히 닦으셨는데 그 경계만 움푹 파인 채로 오시는 분들이 실제로 계시죠.

셋째는 씹는 힘이에요. 교합(위아래 치아가 맞물리는 상태)이 어긋났거나, 이가 하나 빠진 뒤로 반대쪽으로만 식사하게 됐거나, 잘 때 이를 가는 습관이 있으면 힘이 특정 치아 한둘에 몰려요. 그 힘이 계속 쌓이면 흔들리던 치아가 다시 심해지기도 하고 육안으로는 안 잡히는 가는 금이 생기기도 하고요.

넷째는 아무는 조건이에요. 담배는 잇몸으로 가는 피의 흐름을 줄여 회복을 늦추고 당뇨처럼 오래 끌고 가는 질환도 잇몸이 낫는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원인이 다르면 손대야 할 곳도 달라져요. 상태를 나누는 일이 치료보다 먼저인 이유예요.

진료실에서 먼저 확인하는 세 가지

입안이 지저분해 보이는 정도와 잇몸이 실제로 나쁜 정도는 꼭 맞아떨어지지 않아요. 아랫니 안쪽에 치석이 두껍게 앉았는데도 피 한 방울 안 나고 잇몸이 탄탄한 분이 계시고 반대로 겉은 말끔한데 “매번 여기서만 피가 나요” 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확인은 세 갈래로 나눠서 해요.

파노라마 엑스레이 화면에서 잇몸뼈 높이를 펜으로 짚어 확인하는 치과 의료진

먼저 눈으로 봐요. 치석이 어디에 몰려 붙었는지, 어느 쪽이 부어 있고 건드리면 피가 배어나는지, 잇몸을 지그시 눌렀다 뗐을 때 색이 금방 제자리로 오는지를 살펴요. 유독 붉거나 검붉게 죽은 색을 띠는 구역이 있으면 그 자리를 따로 기억해두고요.

그다음은 환자분 이야기예요. 밥 먹고 나서 늘 같은 쪽만 쑤셔야 하는지, 칫솔에 피가 묻는 자리가 매번 그 자리인지, 냄새가 언제부터 달라졌다고 느끼셨는지, 거울 속 앞니가 길어진 것 같은지, 한 개 치아만 씹을 때 신경 쓰이는지를 여쭤봐요. 사소해 보이는 이 대답들이 잇몸뼈가 어디서부터 줄었는지 짐작하게 해주거든요.

마지막이 영상 검사예요. 뼈가 어디서부터 얼마나 내려갔는지는 눈으로 짐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엑스레이로 뿌리 둘레를 먼저 확인해요. 판단이 애매하면 CT를 찍어 뼈의 높낮이와 생김새를 입체로 보고요. 이 세 가지가 모이고 나서야 지금 필요한 치료 범위가 정해져요.

스케일링을 받고 나서 더 내려간 것 같다면?

스케일링을 받고 나서 잇몸이 더 주저앉은 것 같다고 하시는 분이 꽤 계세요. 대개는 새로 생긴 변화가 아니라 가려져 있던 모습이 드러난 거예요. 틈을 메우고 있던 치석이 떨어져 나가고 부풀어 있던 잇몸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원래부터 있던 공간이 눈에 들어오는 거죠.

치과 유닛체어에서 의료진과 치과위생사가 잇몸선의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진료 장면

시린 느낌이 같이 생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치석에 덮여 있던 뿌리 쪽 면이 노출되면 온도 자극이 그대로 전해지니까요. 이 정도 불편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편이지만 회복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어요.

구분해야 할 건 따로 있어요. 치석을 다 걷어냈는데도 매번 그 자리에서만 피가 배어나거나 잇몸이 부푼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잇몸 아래쪽에 손이 닿지 않은 치석이 남았거나, 받쳐주는 조직이 이미 상한 상태일 수 있거든요. 이때는 잇몸 안쪽을 세밀하게 정리하는 치료가 필요한지 다시 살펴봐요.

잇몸치료 전에 미리 알려주시면 좋은 것들

피가 잘 안 멎게 하는 약을 드시고 계신가요? 당뇨처럼 오래 관리 중인 질환이 있거나, 임신 중이거나, 얼마 전 다른 치과에서 수술을 받으셨다면 그것도 알려주시면 좋아요. 예전 스케일링이 유난히 아프고 피가 많이 났던 기억이 있다면 그 말씀도요. 치료를 못 한다는 뜻이 아니라, 순서와 시기를 어떻게 잡을지 정하는 데 쓰이는 정보예요. 약 이름이 가물가물하면 약봉투를 사진으로 찍어 오셔도 돼요.

되돌리는 치료가 아니라 멈추는 치료예요.

잇몸 치료의 목표를 설명드릴 때 저는 이 부분을 꼭 짚어요. 줄어든 잇몸뼈는 저절로 다시 채워지지 않아요. 치아 조직도 피부처럼 스스로 아무는 조직이 아니고요. 치료의 중심이 잃은 높이를 되찾는 쪽이 아니라 더 잃지 않도록 염증을 잡는 쪽에 놓이는 이유예요.

“치아주위 조직의 뼈는 한번 녹으면 회복되지 않으므로 뼈가 녹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치주 질환

실제 순서는 이렇게 이어져요. 잇몸 속 염증부터 줄이고 치료 뒤에 출혈과 붓기가 얼마나 가라앉았는지 다시 확인해요. 흔들림이 있었다면 그 정도도 다시 평가하고요. 염증만 줄인다고 끝나는 건 아니라서, 약해진 치아에 힘이 몰리고 있지는 않은지 교합도 함께 점검해요. 오래된 보철물 때문에 높이가 어긋나 있다면 조정을 고려하기도 하고요.

치료가 끝난 뒤가 더 길어요.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사이사이를 챙기고 때 되면 치석을 걷어내 다시 굳지 않게 하는 관리가 이어져야 해요.* 담배를 줄이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되고요. 경과와 회복 정도는 남아 있는 잇몸뼈의 양과 관리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진단 후에 안내받으시는 게 정확해요.

* 스케일링은 만 19세부터 해마다 한 번 건강보험이 적용돼요. 다만 이 주기가 모두에게 맞는 간격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치석이 유난히 빨리 굳는 편이거나 잇몸치료를 받았던 이력이 있거나 입안에 보철물·임플란트가 여러 개라면, 상태를 보고 더 자주 오시길 권하기도 해요.

자주 묻는 질문

Q. 내려간 잇몸이 다시 올라올 수 있나요?
저절로 예전 높이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어요. 잇몸이 내려간 자리 아래에서 잇몸뼈가 함께 줄어든 경우가 많은데, 이 뼈는 자연적으로 다시 채워지지 않거든요. 대신 염증이 조절되면서 부어 있던 잇몸이 정리되면 처음보다 상태가 안정돼 보이기도 해요. 어느 정도까지 달라지는지는 개인차가 있어서 검사 후에 판단해요.

Q. 잇몸이 내려앉으면 무조건 잇몸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치석이 얼마 안 앉았고 염증도 얕은 편이면 치석 제거와 칫솔질 교정만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어요. 반대로 치석이 잇몸 선 아래까지 내려가 있거나 한 부위에서 출혈이 자꾸 반복된다면, 더 들어가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확인하게 되고요.

Q. 양치를 살살하면 잇몸이 덜 내려가나요?
힘보다 방법과 도구가 더 중요해요. 딱딱한 칫솔로 세게 문지르는 습관은 치아와 잇몸 경계를 닳게 할 수 있지만 살살 닦느라 치태가 남으면 염증 쪽 원인이 커지거든요. 어느 쪽이 지금 더 문제인지는 마모된 부위와 염증 부위를 같이 보고 판단해요.

Q. 시린 게 잇몸이 내려앉아서만 생기는 건가요?
아니에요. 뿌리 노출 말고도 치아 마모, 눈에 잘 안 보이는 미세한 금, 예전에 한 수복물 주변의 틈, 충치가 원인일 수 있어요. 같은 시림이어도 원인에 따라 접근이 달라지니, 찌릿한 느낌이 오래 남거나 뜨거운 음식에도 반응하기 시작했다면 한 번 확인해보시는 게 좋아요.

Q. 치아 사이가 벌어져 음식물이 끼는데 치실로 관리하면 될까요?
치실과 치간칫솔 관리는 꼭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판단하기엔 이른 경우가 있어요. 한쪽에서만 반복해서 끼는 건 그 부위의 잇몸뼈나 보철물 상태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일 수 있거든요. 같은 자리가 계속 신경 쓰인다면 그 부위를 따로 살펴보는 편이 나아요.

잇몸이 내려앉기 시작했다면 지금 상태부터 확인해보세요.

진료를 오래 하다 보면 마음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조금만 앞서 오셨다면 훨씬 간단했을 상태로 앉아 계실 때요. 반대로 신호가 작을 때 확인하고 자기 치아를 길게 쓰시는 분들도 계시죠. 두 분을 가른 게 대단한 관리 비법은 아니었어요. 확인한 시점이었어요.

이가 길어 보이거나, 치아 사이가 벌어져 음식물이 끼거나, 찬물에 시린 자리가 생겼다면 잇몸 높이보다 그 아래가 어떤지부터 보는 게 순서예요. 부천 춘의역과 신중동 인근에서 잇몸 상태가 신경 쓰이신다면, 에센스치과에서 지금 어디까지 관리가 필요한 상태인지 상담받아보셔도 좋겠어요. 화요일은 야간 진료를 하고 있어 퇴근 후에도 오실 수 있어요.

* 본 글은 일반적인 의료 정보이며, 실제 진단·치료는 개인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