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이야기

잇몸에 난 뾰루지가 터지고 덜 아파도 원인은 그대로예요.

“잇몸에 여드름 같은 게 났다가 터졌어요.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요.” 진료실에서 이 말을 들으면 저는 그 잇몸보다 바로 옆 치아를 먼저 봐요. 볼록 솟은 자리는 잇몸인데, 고름이 시작된 곳은 치아 뿌리 끝일 때가 꽤 있거든요.

먼저 답부터 드릴게요. 잇몸에 뾰루지처럼 볼록한 게 생기고 고름이 나온다면 잇몸 자체의 염증일 수도, 치아 안쪽 감염이 뿌리 주변으로 번진 것일 수도 있어요. 둘은 치료가 전혀 다른데 겉모습만으로는 가려지지 않아요. 오늘은 그 출발점을 어떻게 찾는지, 치아 쪽이 원인이라면 무엇을 하게 되는지 진료실 순서대로 풀어볼게요.

터지고 나니 안 아픈데, 괜찮아진 걸까요?

볼록하던 자리가 터지면서 고름이 빠지면 눌리던 압력이 줄어서 한결 편해져요. 많은 분이 이때 “나았다”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고름이 빠져서 덜 아픈 것과 고름을 만든 원인이 없어진 것은 별개예요. 고름을 만들던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볼록한 게 가라앉았다가 같은 곳에 다시 올라오기를 되풀이하기도 해요.

통증이 약하다는 것도 안심할 근거가 되지 못해요. 치아 한가운데에는 신경과 혈관이 지나는 치수(치아 안쪽의 살아 있는 조직)가 있어요. 이 조직이 괴사*하면 차가운 것에 대한 반응부터 무뎌져요. 문제가 커졌는데도 시림을 거의 못 느끼는 상태가 되는 거죠.

*괴사는 조직이 살아 있는 기능을 잃은 상태를 말해요. 아픔을 느끼던 감각도 함께 둔해지기 때문에, 안쪽 문제가 진행되는 동안 오히려 조용한 시기가 생기기도 해요.

예전에 한동안 욱신거리다가 어느 날부터 잠잠해진 치아가 있었다면 그 기억도 진료 때 꼭 말씀해 주세요. 아프다가 안 아파진 치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프던 이가 갑자기 안 아파졌을 때를 다룬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어요.

볼에 손을 대고 어금니 쪽 통증을 느끼는 중년 여성의 턱 부분

잇몸에서 온 고름과 치아 뿌리에서 온 고름

같은 고름이어도 출발점이 둘로 갈려요.

하나는 잇몸 쪽이에요. 치태와 치석이 잇몸 경계에 오래 머물면 그 주변에 염증이 자리 잡아요. 그 염증이 안쪽 깊이 파고들면 치아를 붙잡아 주는 치주인대와 잇몸뼈가 서서히 상해요. 이런 경우엔 대개 양치할 때 피가 비치거나 잇몸이 붓는 일이 먼저 있었고 더 진행되면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도 따라와요.

다른 하나는 치아 안쪽이에요. 깊은 충치나 치아에 생긴 금으로 세균이 치수까지 들어가면 그 안에서 염증이 생겨요. 이게 뿌리를 타고 내려가면 뿌리 끝 주변까지 감염이 이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긴 고름이 잇몸 쪽으로 길을 내면서 뾰루지처럼 볼록하게 보이는 거예요.

“때때로, 치아 감염에 의한 고름은 치근 끝에서부터 잇몸으로 번지기 때문에 치아 뿌리 주변의 잇몸이 부어오릅니다.”

MSD 매뉴얼 일반인용, 치아근첨주위농양 (2024년 11월 개정)

부은 곳은 잇몸이지만 원인은 치아 속에 있는 경우, 바로 이 그림이에요. 잇몸이 원인이라면 잇몸 안쪽의 치석과 세균을 정리하는 잇몸치료 쪽으로 가요. 치아 안쪽이 원인이라면 감염된 조직을 치아 속에서 걷어내야 하니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죠.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고름은 다시 올라와요.

찬 건 괜찮은데 씹을 때만 아프다면 금을 의심해봐요.

“차가운 건 괜찮은데 밥 먹다 특정 이로 씹으면 찌릿해요.” 이런 분도 많아요. 씹는 순간 오는 통증은 치아가 갈라졌거나 뿌리를 둘러싼 조직이 염증을 앓고 있을 때 흔히 보이는 신호예요. 평소엔 아무렇지 않다가 어느 한 방향으로 씹을 때만 짧게 찌릿한 게 금의 전형적인 모습이고요.

금이 문제인 이유는 그 틈이 세균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에요. 금을 타고 들어간 세균이 치수까지 상하게 했다면 겉을 씌우는 치료만으로는 안쪽 감염을 해결하기 어려워요. 이때는 신경치료를 함께 고려하게 돼요.

한 가지 꼭 알아두실 게 있어요. 신경치료는 감염된 안쪽을 정리하는 치료이지, 갈라진 금을 붙여주는 치료는 아니에요. 금이 뿌리 깊숙이 이어져 있다면 치아를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이건 치아마다 금의 방향과 깊이가 달라서 검사 전에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갑자기 이가 깨진 상황이라면 치아가 깨졌을 때 먼저 할 일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잇몸 질환이나 위아래 치아의 맞물림 문제도 씹을 때 비슷한 불편을 만들어요. 아픈 이가 어디인지는 느낌만으로 짚기 어려워요. 아래 확인 과정이 필요한 이유죠.

의료진과 환자가 모니터의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보며 치아 뿌리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치과에서는 이 세 가지를 맞춰 봐요.

환자분이 느끼는 불편만으로는 잇몸 문제인지, 치아 안쪽 문제인지, 금인지 가리기 어려워요. 진료실에서는 몇 가지 단서를 겹쳐 놓고 판단해요.

통증 양상이 첫 번째예요. 언제부터 아팠는지, 무엇에 아픈지,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얼마나 남는지를 여쭤봐요. 입에 아무것도 없는데 욱신거리거나 자다가 깰 만큼 아팠던 적이 있는지도 중요한 단서예요.

두 번째는 치아 반응이에요. 차가운 자극을 대 보거나 가볍게 두드려 보면서 그 반응을 옆 치아들과 비교해요. 안쪽 조직이 괴사한 치아는 찬 자극에 반응이 약하게 나오기도 하거든요.

세 번째가 방사선 사진이에요. 충치가 얼마나 깊은지, 뿌리 끝 주변에 변화가 보이는지를 살펴요. 검사가 끝나면 치수 상태만 보는 게 아니라 남은 치아로 앞으로 버틸 수 있는지까지 같이 따져서 방향을 정해요.

진료 전에 메모해 두면 도움이 되는 것

· 볼록한 게 처음 보인 날과 터진 날
· 아픈 자극의 종류(찬 것, 씹을 때, 가만히 있어도)
· 자극이 사라진 뒤 통증이 남는 시간
· 예전에 욱신거리다 잠잠해진 적이 있는지
· 같은 자리에 다시 올라온 횟수

기억에만 의존하면 진료실에서 잘 떠오르지 않아요. 휴대폰 메모로 충분해요.

원인이 치아 안쪽이라면 신경치료로 정리해요.

먼저 잇몸 자체의 문제인지 확인해요. 그 결과 원인이 치아 속 감염으로 확인되고 치아를 살릴 여지가 있으면 신경치료로 감염된 조직을 걷어내요. 뿌리 안쪽의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고 신경이 지나던 가느다란 통로를 세척·소독한 다음 재료로 채우는 순서예요.

치료 중에는 마취를 하고 진행해서 통증을 줄여요. 다만 염증이 심한 치아는 마취가 덜 드는 느낌이 들기도 하니 아프면 참지 말고 바로 알려주세요. 방문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통로의 모양과 감염 정도에 따라 소독을 나눠 하면서 반응을 확인하기 때문이에요. 횟수가 왜 달라지는지는 신경치료 내원 횟수 글에 자세히 적어 두었어요.

미뤄 두면 어떻게 될까요? 염증이 뿌리 끝 바깥의 뼈로 번지고 약해진 치아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기도 해요. 그 지점에서는 치아를 살리기 어려워 발치 후 임플란트나 브릿지를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한쪽이 불편해 반대쪽으로만 씹는 날이 길어지면 턱관절까지 부담을 떠안기도 하고요.

셰이드 가이드 옆에서 세라믹 크라운의 색을 맞추는 보철물 제작 과정

치료 뒤에는 치아를 지킬 준비까지 해요.

신경치료가 끝난 치아는 안쪽을 비우고 채운 만큼 이전보다 약해요. 치료 중에 단단하거나 끈적한 음식을 그쪽으로 씹으면 남은 치아가 깨지거나 임시로 막아 둔 재료가 빠지기 쉬워서 그 기간엔 반대쪽으로 드시는 편이 좋아요. 임시 재료가 빠졌다면 그대로 두지 말고 연락 주세요.

치료가 마무리되면 치아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에 따라 크라운 같은 보철물로 감싸 보호하는 단계가 이어지기도 해요. 에센스치과는 원내에 자체 기공소를 두고 있어서 보철물을 만들고 맞물림을 조정하는 과정을 치과 안에서 바로 주고받으며 진행해요. 감염을 정리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그 치아로 다시 편하게 씹는 데까지가 한 치료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잇몸 뾰루지가 저절로 없어졌는데 그래도 가야 하나요?
네, 확인은 받아보시길 권해요. 고름이 빠지면서 가라앉았을 뿐 원인이 남아 있기도 하고 같은 자리에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필요한 치료가 달라지니 개인차가 있어요.

Q. 안 아픈데 신경치료를 하자고 하면 과잉진료 아닌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속 조직이 괴사한 치아는 시림이나 통증이 거의 없는 채로 뿌리 쪽 감염이 커지기도 해요. 다만 권유받은 이유는 방사선 사진과 검사 결과로 직접 설명을 들어보시는 게 좋아요.

Q. 잇몸 고름이면 무조건 신경치료인가요?
아니에요. 잇몸 자체의 염증으로 생긴 고름이라면 잇몸치료 쪽으로 접근해요. 신경치료는 치아 속 감염이 원인이면서 치아를 살릴 수 있을 때 고려하는 치료예요.

Q. 신경치료를 하면 금 간 치아도 다시 붙나요?
신경치료가 균열 자체를 붙여주지는 않아요. 금으로 들어간 감염을 정리하는 치료라서, 금이 뿌리 깊이까지 이어졌다면 치아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어요. 금의 범위는 검사 후에 판단하게 돼요.

Q. 치료 중간에 안 아프면 그만 다녀도 되나요?
통증이 줄었다고 임의로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해요. 안쪽 소독과 반응 확인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멈추면 다시 아플 수 있어요. 남은 횟수는 치아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어요.

같은 자리에 또 올라온다면 원인부터 확인해보세요.

잇몸에 볼록한 게 보이면 잇몸만 들여다보게 되지만 답은 옆 치아 속에 있을 때가 적지 않아요. 터지고 가라앉았다고 지나치기보다, 고름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한 번 짚어두는 편이 치아를 지키는 데 유리해요.

에센스치과는 부천 원미구 신중동역 인근에 있어요. 통합치의학과를 이수한 의료진 세 명이 진료하고요.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지부터 보고 이 치료를 왜 권하는지,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는지도 같이 말씀드려요. 평일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우시면 화요일 야간 진료를 이용하셔도 돼요.

* 본 글은 일반적인 의료 정보이며, 실제 진단·치료는 개인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